[중앙일보] 초록이 움트는, 수목원 가기 딱 좋은 계절
- 작성자관리자
- 2021-04-16 11:3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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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자생식물, 포천 국립수목원
호랑이 네 마리, 백두대간수목원
온실로 승부, 도심 속 세종수목원
의형제 인연 깃든 천리포·남이섬
LG 가문 나무 사랑 결실 두 곳도
4월은 신록의 계절이다. 벚꽃이 졌다고 아쉬워하지 않아도 된다. 수목원으로 가면 꽃보다 싱그러운 연둣빛 숲을 만날 수 있다. 4월 현재, 전국에 68개 수목원이 있다. 사진은 경기도 포천 국립수목원. 층층나무가 연둣빛 새순을 틔운 모습. [중앙포토]
사연으로만 따지면 민간 수목원이 훨씬 많다. 무릇 수목원이란 사람이 자연을 흉내 내 일군 인공 공간이다. 하여 수목원마다 각별한 사연이 배어 있다. 흥미로운 건, 긴 세월 남다른 인연으로 이어진 수목원도 있다는 사실이다. 꽃과 나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맺어진 수목원들의 사연은 꽃과 나무처럼 아름답고 곡진하다. 4월은 신록의 계절이다. 수목원 다녀오기에 좋은 시절이다.
국립의 품격
아시아 최대 수목원인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37개 전시원을 갖췄다. 사진은 시야가 탁 트인 암석원.
국립수목원은 경기도 포천과 남양주에 걸쳐 있는 광릉숲에 들어앉아 있다. 1468년부터 왕실림으로 가꿨으니 무려 553년 역사를 헤아린다. 1987년 ‘광릉수목원’ 간판을 달고 방문객을 받기 시작했고, 99년 ‘국립수목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산림청 직속 연구기관이자 3대 국가 수목원 중 큰 형다운 품격과 자존심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한국 자생식물만 철저히 이력을 관리하며 가꾼다. 희귀 동식물도 많이 산다. 5월 초 개화하는 복주머니란·광릉요강꽃은 국립수목원 바깥에선 보기 힘든 멸종위기 식물이다. 크낙새·장수하늘소·하늘다람쥐 같은 천연기념물도 많이 산다. 국립수목원은 아직 벚꽃이 피지 않아 느긋하게 봄을 만끽하기에도 좋다.
2018년, 국립수목원은 동생을 얻었다. 경북 봉화군 첩첩산중에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이 개장했다. 개장 당시부터 ‘아시아 최대’라는 수식어로 이목을 끌었다. 전체 면적이 51㎢로, 종로구 2배 크기다. 37개 전시원 중 ‘호랑이숲’이 단연 인기다. 호랑이숲은 답답한 동물원 우리와 다르다. 축구장 4개 크기 방사장에서 4마리 호랑이가 산다. 원래 5마리가 살다가 국립수목원에서 온 두만이가 지난해 숨졌다.
국립세종수목원은 국내 최대 규모 온실을 갖췄다. [중앙포토]
사계절 전시온실은 붓꽃을 형상화했다. 붓꽃은 세종시가 속한 ‘온대 중부 권역’을 대표하는 식물이다.
수목원 평행이론
천리포수목원에는 다양한 수생식물이 사는 연못도 있다. [중앙포토]
두 사람의 인연은 1947년 시작됐다. 민 박사가 미군정 재정담당관이던 시절 한국은행에 근무하던 민 회장을 만났다. 동생 민 박사가 형 민 회장보다 먼저 세상을 뜰 때까지 두 사람은 50년 넘게 서로 의지하며 나무를 심었다. 민 회장은 1979년부터 97년까지 천리포수목원 이사로 참여했고, 민 박사는 천리포수목원에서 키우던 묘목을 남이섬에 여러 차례 전달했다.
남이섬 겹벚꽃. 남이섬은 수목원 못지않은 나무 세상이다. [사진 남이섬]
민병갈 박사의 원래 이름은 칼 페리스 밀러(Carl Ferris Miller)다. 79년 귀화하면서 형 민병도 회장의 이름을 본 따 개명했다. 형의 성씨를 따라 여흥 민씨가 됐고, 돌림자 ‘병’ 자도 빌렸다. 2012년 민병갈 박사 10주기를 맞아 천리포수목원과 남이섬은 형제 확인서를 교환했다. 천리포수목원에는 민병도 회장을 기리는 수재원이 있고, 남이섬에는 천리포수목원을 대표하는 목련원이 있다.
명품 분재가 즐비한 베어트리파크 야외분재원. [중앙포토]
지금도 이재연 회장은 1주일에 5일씩 세종에 내려가 나무를 돌본다. 구본무 회장도 생전에 수시로 화담숲을 드나들었다. 전지가위 들고 수목원 곳곳을 누볐는데, 탐방객 누구도 그가 LG그룹 회장이란 걸 눈치채지 못했었다.